여행 느낌/2020제주한달살기

7살 아들과 아빠의 제주 한달살기 - 둘째날

라만차의 풍차 2021. 10. 26. 22:12

2020. 7. 16

 

전날 그렇게 피곤했음에도, 아침에 눈이 번쩍 떠졌다.

해가 뜨며 집이 환해진 것도 있지만, 새들이 워낙 재잘재잘 떠들었기 때문이다.

서둘러 토스트를 해 먹고, 부랴 부랴 수영복을 입히고 금능 해변으로 갔다.

 

금능 해변은 협재와 이어져 있는데, 모래가 매우 곱고, 깊이가 얕아 물이 따듯하다.

그래서 6월 중순의 바다임에도 수영하기 좋고 안전해서 아이들과 부모들에게는 천국이다.

협재 해변과 금능 사이에는 야자수로 뒤덮힌, 캠핑장으로 쓸 수 있는 공간도 있는데 이곳도 좋다.

한달 내내 연우와 금능에서 놀았지만, 지루했던 기억이 단 한번도 없었던 금능 해변.

아이부터 너무 신나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연우 또래의 친구들도 많아 같이 놀기도 좋다.

화장실도 해변에 바로 붙어 있다. 편의점도, 식당도 가깝다.

금능은 아이들에게 천국이다.

 

나는 세상에 이런 곳이 있나 싶기도 하고, 연우도 기뻐하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연우는 바로 물놀이를 하지 않고 한참을 기뻐하며 경치를 구경했다.

나 또한 마찬가지.

연우는 주변 경치를 감탄하며 즐기는 듯 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 문득 생각난 듯 고함친다

'아빠, 그거, 마스크, 마스크 ~~'

제주도에 오기 전에 스노클링 마스크를 샀는데 그게 생각났나 보다.

챙길때는 챙기는 줄도 모르는 것 같이 관심 없더니, 그걸 어떻게 기억했는지... 

냉큼 갖다드리니 마스크를 쓰고 신이나서 뛰어간다. 

그렇게 한참을 놀았다.

스노쿨링에 도전

 

잠시 쉬려는데 이상한게 있다며 부른다.

가까이 가서 보니 거대한 군소

군소는 미역같이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달팽이 같은 바다에 사는 생물이다.

 처음 보는 나름 엄청 큰 군소가 신기한 연우

 

비양도를 바라보며 바다를 걸어가는 금능 해변은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힐링이었다.

연우도 그렇게 느꼈을 거라 믿는다.

비양도를 바라보며 뛰어가던 나는 그 경치에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졌다.

 

 

집에 와서 씻고, 간식 먹고 타운하우스를 둘러본다.

협재 브리타니는 여러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이웃들끼리 어느정도 교류도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외국인도 있었고, 저녁에는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모습이 정겨웠다.

다만 연우는 아직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에는 낯설어해서(그건 아빠도 마찬가지).. 그건 좀 아쉬웠다.

타운하우스는 참 평화로웠다.

 

저녁을 먹고, 잠깐 TV를 보고, 유튜브를 보고 잠이 든 연우.

나와 단 둘이 있기 전까지는 투닥투닥 했는데 여기에 오고 나서는 찰거머리처럼 붙어다닌다.

말도 잘 듣고, 이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자는 모습, 숨소리, 오늘 있었던 일, 모든게 즐거웠다.

함께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고단했던 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