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느낌/2020제주한달살기

아빠와 7살 아들, 제주도 한달살기 - 시작(1)

라만차의 풍차 2021. 4. 18. 01:32

2020년, 회사에서 보내준 국내외 석사과정, 모든게 망했다.
회사 교육 승인으로 꿈만 같던 신촌 대학가, 뉴욕을 누비는 상상을 했었더랬다.
1년 동안 전일제 교육이니 얼마나 좋을지, 그리고 방학 동안 해외여행에 들떠 있었다.

그러나 교육 시작과 동시에 기대했던 3월, 대학가의 싱그러움과 벚꽃은
어두컴컴한 집에서 Zoom 이라는 신기한(잠시 동안) 어플과 함께 뒹구는 생활로 바뀌어 버렸다.

방학기간에는 뉴욕 근교의 대학으로 학습을 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취소 되고,
교수는 위로인지 뭔지 유튜브로 캠퍼스를 구경시켜 준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어차피 해외는 못가니 국내, 제주도로 방향을 틀었다. 내 나이 40대. 훌쩍 떠나고 싶다.
애도 내년이면 학교를 가는데... 아이랑 추억도 만들고 싶었다.
(낚시도 해 보고 싶고)

엄마랑 딸들은 그렇게 제주도 한달살기를 한다
그런데 아빠랑 아들은 그런 사례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있었다.
이미 3월부터 재택수업을 하며 아이를 매일 돌보고 있었고,
나름 빨래 등 가사도 잘 하고,
요리도 뭐... 계란 후라이나 돈까스 이런거면 충분할 테니까!
그렇지만..

엄마들 특유의 커뮤니티 없이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서로 외롭진 않을까? 고생만 하는게 아닐까?
급한일이 있으면 누가 애를 보지? 잘 될까? 아프면 어쩌지?
낚시 할 땐 애를 어쩌지?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일 뿐...
아득한 기분, 설렘, 내일부터 뭘 하지??? 온갖 생각이 출발 전날까지 뒤죽박죽이었다.
잠도 제대로 오지 않았다.
그러나, 어차피 시간은 흘러가고 어느덧 우린 제주도에 첫 발을 딛게 되었다.

아이고야... 진짜 왔네...
그러나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그런 것들은 싹 날아가 버렸다.
제주도의 하늘은 너무나 화창했고,
제주항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야자수는 이국적이었다.

이렇게 2020년 6.15. 부터 7.15 까지
아들의 오드리헵번 Moon River 노래와 지코의 아무노래를
귀에 피나도록 들으며 제주도 한달살기를 시작하게 되었다.